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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이론으로 보는 전쟁과 평화(3) -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는 치킨게임
    이전연재글 2012.11.09 11:41

    앞서 죄수의 딜레마를 살펴보았고, 탐욕과 공포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결과, 다시 말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서로 협력할 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사슴사냥게임의 형태로 게임을 변화시키면 된다고 보았다.

     

    국제관계를 논할 때 자주 이용되는 게임이론이 하나 더 있는데 치킨게임이다. 치킨은 겁쟁이를 뜻하는데, 서로 누가 더 용감한지 내기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서로의 용기를 겨루고 싶었던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각각 자동차를 몰아서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로 했다. 만약 핸들을 돌려서 피하면 겁쟁이가 되고, 그대로 돌진하면 용감한 자로 인정받는다. 물론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돌진한 사람은 용감한 자가 아니라 무식한 자이다.

     

    아무튼 여기 무식한데 용감한 줄 아는 A와 B가 치킨게임에 참여했다. 핸들을 돌리는 것이 협력(C)이고, 핸들을 돌리지 않는 것이 배반(D)이다. 보수는 A와 B 모두 핸들을 돌리지 않고 달리는 경우, 결국 둘 다 죽는 경우가 (1,1)이다. A와 B 모두 핸들을 돌리는 경우는 둘 다 목숨은 건졌지만 겁쟁이가 되었으므로 (3,3)이다. A가 핸들을 돌리고, B는 핸들을 돌리지 않는 경우는 (2,4), B가 핸들을 돌리고 A는 핸들을 돌리지 않는 경우는 (4,2)이다. 핸들을 돌린 사람은 겁쟁이가 되었으니 2의 보수를 얻고, 핸들을 돌리지 않는 사람은 게임에서 이겨 용감한 자로 인정받았으니 4의 보수를 얻는 것이다.

     

     

    앞서 죄수의 딜레마나 사슴사냥게임을 볼 때처럼 균형을 찾아보자. B가 협력하면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3을 얻고, 배반하면 4를 얻는다. 따라서 A는 배반하고 핸들을 돌리지 않는다. B가 배반하면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2를 얻고, 배반하면 1을 얻는다. 따라서 A는 협력하고 핸들을 돌린다. 남이 협력하면 나는 배반하고, 남이 배반하면 나는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B가 핸들을 돌릴 것 같으면 A는 핸들을 돌리지 않고 직진해서 용감한 자가 되는 것이 낫다. 하지만 B가 너무 무식한 놈이어서 절대 핸들을 돌릴 것 같지 않다면 A는 핸들을 돌려서 목숨이라도 건지는 것이 낫다.

     

    균형은 (4,2)와 (2,4)에서 이루어진다. 이 경우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던지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고정된 전략이 없으므로 우월전략균형은 아니다. 둘 중 어떤 균형으로 귀결될지는 둘 중 어떤 놈이 더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무식한 인간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치킨게임에서는 미친놈이 이긴다고 말한다. 치킨게임에서 이기려면 자신이 미친놈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로를 향해 차를 모는 경우라면 나는 핸들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핸들을 망가뜨려 버리거나 자신의 손을 묶어서, 나는 절대 핸들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엄포를 놓아야 한다.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미국이 러시아와 핵무기 경쟁을 할 당시 미국의 닉슨(Ricard Milhous Nixon) 대통령은 "내 전략은 미친놈으로 보이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핵무기가 가져올 엄청난 위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늘리는 것은 치킨게임과 같다. 그리고 닉슨은 치킨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미친놈으로 인식하면, 다시 말해 언제라도 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남북관계도 치킨게임으로 많이 설명된다. 여기서 미친놈은 북한으로 상정된다. 남한 정부도 별로 나을 바는 없지만, 남한은 가진 게 많은 만큼 잃을 것도 많아서 쉽게 미친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북한은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남한 정부는? 남한 정부는 미친놈보다는 바보에 가깝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 간의 치킨게임을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협력할 것이고, 이 때 너희도 협력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상대방이 협력할 때 나도 협력하는 것이 이득을 주는 게임은 사슴사냥게임이다. 김대중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의 이득을 제시하여 협력할 때 북한이 얻는 이득이 더 커지도록 만들었다. 혹은 적어도 협력할 때 이득이 많아진다고 북한이 믿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상호주의 전략은 이를 다시 치킨게임으로 되돌려 놓았다. 상호주의의 핵심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남이 잘하면 나도 잘하고, 남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협력과 응징이다. 문제는 협력보다는 응징에 방점이 찍혀서 북한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전략만 실행되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잘못하니 나도 응징을 하겠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방도 다시 나를 응징한다. 응징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협력할 때보다 배반할 때 이득이 더 크다고 인식하게 된다. 치킨게임이 되는 것이다. 미친놈을 상대하면서 게임을 이렇게 바꿔놓은 사람이 바보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다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치킨게임을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꿀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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