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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북한은 연평도에 포격을 했을까
    이전연재글 2013.01.03 16:21

     

    * 이 글은 2010년에 있었던 북한의 연평도 포격의 동인을 분석하는 글입니다. 아직 검증된 논리들의 정리가 아닌, 가설 수준의 논의임을 밝혀둡니다.

     

     

    민간인 거주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의도적인 대규모 군사적 공격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남한의 민간인 거주 지역인 연평도를 포격했다. 170여 발의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졌고, 시설물이 파손되는 피해는 물론이고 남한 군인 2명과 민간이 2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도 있었다. 남한의 대응 사격으로 북한 역시 수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 간 무력행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의 경우 사상자는 연평도 포격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의 경우는 이전의 무력행사들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이전에는 우발적인 경우도 많았으며, 의도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군인과 군인 사이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무력행사에 있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들을 마련해 놓고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의 경우 이런 조건들이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민간인 거주 지역을 향해, 인명 피해를 포함한 대규모의 피해가 확실하게 발생할 것이 예측되는 규모로, 따라서 매우 계획적인 군사작전을 펼친 것이다. 상호 간의 공방이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농후한 수준의 군사작전인 연평도 포격은, 그래서 북한이 왜 이와 같은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기존의 분석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2010년 11월 23일, 북으로부터 포격을 당한 연평도

     

    무력행사의 이유 1 - 통일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무력행사를 통해 획득할 수 있었던 것들, 즉 무력행사를 했던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선 남한에 대한 정치적인 목표가 있을 수 있다. 1960~70년대 북한은 남한을 향해서 다양한 특수작전을 감행한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었고, 북한의 우월한 정치적/경제적 능력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북한 군부에서는 무력을 통한 통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한도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북진통일 담론이 정부 정책으로 존재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가능성이다. 1980년대에 발생했던 무력행사에서는 그 성격이 다소간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남한의 5공화국 정권은 정통성 문제라는 약한 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북한은 이것을 아웅산 테러와 같은 일련의 무력 사용을 통해 끊어주게 되면, 남한 내부에서 정변이 가능하다고 보았을 수 있다. 즉 무력사용은 통일이라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하게 사용된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연평도 포격의 동인으로 보기에는 가장 근거가 빈약하다. 북한이 통일이라는 목표를 두고 무력행사를 감행했던 기간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전쟁 수행 능력이 우월했거나 적어도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한 기간이었다. 또한 남한 정권이 어떤 식으로든 정권 유지에 있어 심각한 결점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했고, 2010년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그럼 북한 내부의 정치적인 목표는 어떨까.

     

    무력행사의 이유 2 - 북한 내부를 관리해야 한다?

     

    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로 현 김정은 제1비서가 등장한다. 2010년의 후계자는 안타깝게도 전임자와 달리 정권 인수를 위한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후계구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려면 가시적인 업적이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북한에서 권력이 재편되는 시기에 무력행동은 잦았다. 1960~70년대는 김일성 주석이 권력을 공고해가는 과정에서 각 정파 그룹들은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남무력행사들을 빈번하게 발생시켰다. 1980년대는 김정일로 권력을 집중화, 안정화시켜가는 국면이었고 지도자에게 군사적 지도 경험이 필요했다. 2010년의 새로운 후계자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전임자가 국가 경영을 위해 선택했고 그래서 비대해진 군으로부터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연평도 포격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있는 군사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고질적인 경제문제로 악화된 민심을 외부로 돌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관점도 연평도에서는 힘을 잃는다. 국내정치적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이른바 ‘확전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큰 대상, 범위, 규모의 무력사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군사적 준비태세가 몇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고, 그것에 기반해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볼 수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남한의 군사적 준비태세가 낮다는 것은 오히려, 군에 대한 통제 능력의 무능을 뜻할 수 있고 나아가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10년 북한의 제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부적 목적이 아니라면 남한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기 위함이었을까?

     

    무력행사의 이유 3 - 남한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낸다?

     

    남북 관계를 살펴보면 남북한의 대화나 협상은 무력분쟁과 그 시기를 비슷하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남북 정상이 대리인들을 통해 만들어낸 7.4 남북공동성명의 경우 발표되기 직전 해에 북한의 특작부대가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일명 김신조 사건이 있었다. 남북기본합의서가 체결되어 가는 과정에서도 아웅산 테러를 비롯한 비행기 폭파와 같은 일련의 테러가 감행되었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좋을 때도 서해에서는 무력행사가 잦았다. 이것은 북한의 일관된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 제한된 범위의 무력행사를 통해 협상 상대방 진영의 비둘기파에서 힘을 실어주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미 FTA 협상 상황에서 한국의 반대여론이 강해지고 그에 따른 물리적 행동이 증가하면, 미국 내 협상파가 좀더 많은 조건을 한국에 내어주고 협상을 체결하자는 데 힘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명민한 협상가라면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서 갈등 상황을 유발시킬 필요가 있다(물론 우리 정부가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건 북한은 남한의 비둘기파에게 좀 더 많은 힘을 주기 위해 협상 시기마다 무력행사를 감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연평도에서는 적용되기가 힘들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협상 국면에서 사용되는 카드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 북한은 계속적으로 협상의 신호를 보냈으나 남쪽은 그것을 거부했다. 사실상 이명박 정권 아래서 협상이 개시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협상장이 열려 있어 힘을 얹어줄 대상이 있고 그들을 통해 얻을 것이 있다면 모를 일이었지만, 2010년 겨울에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연평도의 경우 민간인 지역에 대한 명백한 군사적인 공격이었다. 80년대 테러리즘의 경우 북한은 끝까지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연평도는 달랐다. 너무나도 명백한 도덕적 문제가 걸린 상황이었고, 남한 내 비둘기파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그들의 입장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 것이 분명한 행동이었다. 좋다. 이것도 아니라면 시선을 국제적인 관점으로 돌려볼까?

     

    무력행사의 이유 4 - 미국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은 한미관계의 역사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협력 관계가 좋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남한과 미국이 의견 일치를 보았기 때문에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곧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이 자국 내부의 경제문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정리에 신경을 쓰느라 상대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약했고, 남한 역시 전반적으로 북한을 배제한 채 상황을 가져가려는 의지가 강했다. 즉 이 둘의 마음이 맞았다기보다는, 전반적인 무관심이 일치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둘 다 관심이 없고, 행동도 없는데 의견과 행동의 불일치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의 안전 보장과 막혀 있는 경제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었고 연평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평도 포격이 있던 당시는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이었고,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한의 영해 내에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적절한 설명력을 지니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카드는 주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이며, 주로는 동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즉 미국을 노렸다면 동해에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 관련 움직임이었어야 한다. 물론 미국이 연평도 포격 이후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중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고 미국은 액션을 취하는 선에서 멈춘다. 연평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미국이 신경을 쓸까에 대해 고민하면 자신 있는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 중국에 대한 것일까? 서해는 중국과도 마주하고 있으니?

     

    무력행사의 이유 5 - 중국으로부터 확인받고 싶다?

     

    중국과 북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중국이 늘 북한의 입장에 동조했던 것은 아니며, 양국 관계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중소분쟁 시기, 미중 데탕트 시기처럼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이 무력행사를 펼쳤을 때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2010년 연평도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사안이기는 하나 2010년 3월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의 경우, 남한이 명백하게 북한의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중국은 명백하게 북한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즉 중국은 몇 개월 전에 북한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름 강력하게 밝힌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남한 정부의 완강한 주장에도 말이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다시 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더 강력한 수준의 지지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연평도는 중국에게 너무 지나친 요구이다.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예고 없는 포격에 사망자까지 나온, 도저히 지지할 명분이 없는 사건을 지지하라고 할 수는 없거니와, 지지할 리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연평도 포격 이후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견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남한에 대한 정치적인 이유도, 북한 내부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미국이나 중국을 향한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북한은 왜 연평도에 포격을 한 것일까?

     

    전혀 새로운 카드

    ‘사과는 나만 할 수 있지만, 너는 사과를 받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이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을 타격했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객관적인 사태를 조성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사과를 해야 하는 쪽, 즉 잘못한 쪽이 수세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그 상황에 대한 정당화 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문제를 뒤집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내가 너무나 명백한 잘못을 했다면, 상대방은 나의 사과를 받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은 남한의 민간인 거주 지역에 예고 없는 포격을 감행했다. 여러 가지 부수적인 목적이 있었을 수 있다. 새로운 지도자의 군사 지도 경험을 쌓고, 나름의 군사적 지도 능력 확보라는 업적을 겸사겸사 쌓는다. 어차피 막혀 있는 남한과의 협상 테이블을 시원하게 내리치는 액션도 겸사겸사 취한다. 액션에는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들 행동하는지 시험해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이 사과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것은 북이 ‘새로운 카드’ 한 장을 또 획득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남한에서는 누가 되었던 북한으로부터 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받지 않으면 먼저 관계개선 제안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너무도 단순하지만 명쾌한 논리이기 때문에 이것을 깰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주도권은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북한으로 넘어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이명박 정권에게 사과를 해주고 관계를 개선하면 된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이 오기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다. 남한은 이제 아무리 전향적인 선언을 한다 해도 북에게 선제적으로 관계 개선을 제안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남한 정권에게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내부 정치적으로 늘 중요한 정치적 카드라는 점이다. 분석 시기를 1987년 이후로 놓고 보았을 때, 관계 개선 카드를 선택한 노태우, 김대중 정권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으며, 노무현 정권 역시 그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선택한다. 반대로 관계 악화를 선택했던 김영삼 정권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역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카드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게 있었다. 2012년의 정권 교체 실패는 동일한 분석 결과를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대통령 후보가 이전 정부와 적어도 남북문제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는 단절을 강조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이제 이 카드는 당분간 북한이 쥐게 되었다. 남한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북한에 대해 사과를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기간 동안 북한은 서해상에서 벌어진 남북 간 해전, 동해를 중심으로 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어 가는 것을 경험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일정 부분 상수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남한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지게 되었지만,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서 보면, 북한의 대외정책적 특성상 선전선동적 측면에서의 강경함을 초기에 보였지만 어쨌건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았음에도 관계가 막히는 것을 보았다. 즉 정치적/경제적/국제적 차원에서 남한에 열세를 면치 못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을 관리할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었던 것을 이제 실감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핵과 미사일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지만 이것은 남북관계에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카드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악의 축 이미지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국제관계에서 규범적 제약으로 자유롭고, 국내적 여론 통제가 가능한 조건에서, 남한을 상대로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다음, 사과를 해줄 수 있는 카드를 획득하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남한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치명적으로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도 한몫 거든다.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이명박 정권에서 그것이 끊어지자 초기에는 당황한다. 하지만 곧 중국과의 경제 교류 확대를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면, 그동안 남한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은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북미/북중 관계 속에 끌려가야 할 수도 있게 된다. 어떤 면에서건 북한은 손해날 것이 없는 상황이 조성된다.

     

    원래 외교를 잘 하는 나라였다는 점

     

    통미봉남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한에게 가장 불리하게 상황이 펼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설마 통미봉남이 되겠냐는, 그래도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강력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 중국, 미국 모두에게 남한의 주도권이 인정되는 상황을 너무 오래 경험해왔기에 그런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을 보면 북한도 이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전격적인 전략들을 선택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소분쟁 시절 등거리 외교부터, 쁠럭불가담운동(우리말로 비동맹운동) 외교, 핵을 둘러싼 북미관계 등 북한은 전략적인 외교를 펼쳐온 전통이 있다. 하지만 북한 내부의 심각한 경제적 문제와 이로 인해 하락된 국가 능력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이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평도 포격이라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이렇다 할 분석이나 평가가 나오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북한을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남북관계에서 남한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들을 하나 둘씩 놓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 것이다.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를 해줄 수 있는 카드를 획득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면, 아마도 이것은 그동안 이해하고 있던 통미봉남의 수준을 뛰어넘는 전략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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