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게임이론으로 보는 전쟁과 평화(4) - 핵보유가 핵전쟁을 막을 수 있다? 결국은 신뢰가 중요
    이전연재글 2012.11.29 10:06

    게임이론으로 보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마무리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에 관한 연구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셸링(Thomas Schelling)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셸링은 게임이론의 석학 중 한 사람이며, 특히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데 주력해왔다. 마약중독, 인종분리,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게임이론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셸링은 1920년대에 태어나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를 직접 겪었던 사람으로서, 양국의 갈등 요인은 무엇이며 갈등의 상황에서 양국 정치지도자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이에 관한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국내에도 <갈등의 전략>,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등의 그의 저서가 번역 출판되어 있다.

     

    토마스 셸링. 셸링 교수는 2006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2006’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양자 회담을 하면 북한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해 이를 꺼리고 있다”며 “그러나 직접 대화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면 이같은 생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공격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모든 핵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컴퓨터를 개발한다. 이것이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미친 미국 장교가 소련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감행하고,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핵폭발로 장식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 자문을 받았던 사람도 셸링이라고 한다.

     

    셸링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무기 사용의 억제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자문으로 오랜시간 역할을 했다. 1950년대 미국의 아이젠하워(Eisenhower) 대통령과 덜레스(Dulles) 국무장관은 핵무기 사용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핵무기와 기존의 무기가 크게 다를 바가 없으며, 따라서 다른 무기처럼 핵무기도 사용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 사용 금지에 대한 금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셸링은 '핵무기는 결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한 가지 규칙만은 절대 깨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콜 중독자가 '딱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핵무기 역시 '조금만' 사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용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점에서 '핵무기를 결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합의가 매우 중요하며 미국 정부가 이런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핵무기 사용 금지'에 대한 합의는 어찌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심리적인 규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셸링은 이런 식의 확고한 규칙을 정해놓는 것이 갈들을 해소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사전에 약속한 규칙이 존재하는 게임을 협조적 게임이라고 한다. 반대로 규칙 없이 진행되는 게임을 비협조적 게임이라고 한다.

     

    규칙의 존재와 함께 중요한 것이 그 규칙이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런데 이 확신은 바로 스스로를 제약하는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셸리의 설명이다. 무슨 말인가?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던 치킨 게임을 생각해보자. 두 대의 차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게임을 할 때, 나는 핸들을 돌리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내 차의 핸들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핸들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이 핸들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를 족쇄전략이라 한다. 흔히 말하는 배수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 앞서 퇴각로를 불태워버림으로써 상대편에게 우리는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선택 여지를 줄임으로써 자신의 협상력을 강화시키게 되고, 그것이 구속력 있는 규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셸링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제약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를 제약할 수 있는 힘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핵무기 보유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막는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상대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만 핵무기 사용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에 의해 핵무기가 사용될 뻔했으나 사용되지 않은 것은 상대방 국가, 특히 중국으로부터 보복과 응징을 당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핵 보유국이 핵을 사용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 예측한다. 북한, 이란 등도 단지 협상용으로 핵을 보유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핵은 너무 값비싼 수단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 확산된 테러의 경우에는 이런 설명이 맞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테러리스들의 목적과 목표는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들에 대한 보복 역시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복과 응징을 확신시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이론은 예측을 위한 모델이 아니므로, 게임이론을 갖고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게임이론은 단지 어떤 문제를 성찰하기 위한 하나의 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언행, 신뢰를 주는 외교를 펼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댓글 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