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있었던 우리 선수의 ‘독도 세러머니’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승리의 기쁨에 겨워, 어쩌면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 문제가 되니 국민 모두가 착잡한 심정입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메시지가 한일관계라는 ‘국가대 국가’의 분쟁문제로 해석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런던올림픽 한일전에서 박종우 선수의'독도 세러머니'
한일전이 있던 날, 10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에 ‘상륙’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경호하기 위해 육해공군이 ‘해맞이’라는 작전명으로 입체적 경호를 하는 가운데 ‘일본 자위대의 접근’에 대비해서 독도 반경 12해리에 함정이 쫙 깔린 ‘대작전’이었다고 합니다. 독도에 간 대통령은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독도수호의 의지를 밝힌 것이야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적에 빗대보면 그의 갑작스런 행동이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뼛속까지 친미, 친일’(그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이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에게 한 말)인 대통령은 취임 이래 미국과 일본에 대해 국가원수로서 당당한 자세를 보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쿠다 일본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독도의 일본 땅 표기’에 관한 물음을 받자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대답한 사실이 주일미국대사관의 외교전문을 통해 확인되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8월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더구나 최근 일본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협상하고 가서명까지 한 뒤 국민들 몰래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사건까지 더하면 정부가 노골적으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것에 이의를 달기 어렵습니다.
그런 ‘친일대통령’이 돌연, 독도방문이라니요. 역대정권들이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바탕으로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경계하면서 문제해결을 모색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해법이라도 찾은 것일까요? 그렇다면 환영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돌발적인 독도방문은 역사에 길이 기록될 웃지 못할 헤프닝이자 정치쇼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일본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자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해상자위대의 오키섬 배치와 독도 상륙시도도 공공연히 점쳐지고 있습니다.
광복 67주년, 8.15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해방된 지 67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사과한 번 받아 본 일 없고, 정신대 문제며, 역사왜곡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탓할 수밖에 없는 것이 광복 67주년,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흔히 비교되듯, 일본은 독일처럼 자신의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지도, 전범을 처벌하지도, 스스로 피해보상에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식민지배 역사를 합리화하는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은 ‘국가대 국가’의 분쟁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 전범국가에 의해 발생한 식민지 역사’ 문제의 하나입니다. 사사건건 과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바람직한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 가능할 리 없습니다. 과거청산없이 전범국가의 ‘자위대’와 군사협정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감정에도 맞지 않고, 한반도와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시용 이벤트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성찰과 늦었지만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려는 진지하고도 성실한 노력을 시작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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