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토론회]

 

2018 북한 신년사 토론회

"평창이후 남북관계, 여전히 넘어야 할 암초들 많다"

 

임재근 객원기자  ㅣ   2018.01.09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8일 오전 10시, 겨레하나 평화통일교육장에서 ‘2018년 북한 신년사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평화연구센터 변학문, 장창준 상임연구위원, 강호제 센터장, 이준규 상임연구위원,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 이하나 정책국장(사회). [사진제공: 겨레하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이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센터장 강호제)가 ‘2018년 북한 신년사 토론회’를 개최했다.

8일 오전 10시 겨레하나 평화통일교육장에서 열린 토론회에 평화연구센터 강호제 센터장을 비롯해, 장창준, 변한문, 이준규 상임연구위원과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맨 처음 발제에 나선 장창준 상임연구위원은 ‘국가 핵무력 완성’의 의미와 2018년 전망에 대해 “북한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이란 표현을 쓴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면서, “그간 북한은 2014년 신년사에서 ‘국방과학의 첨단을 돌파’, 2015년 ‘우리식의 다양한 타격수단 개발 완성’, 2017년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 등의 발표를 거치면서 2018년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위원은 “북한은 핵탄두와 ICBM, 그리고 각종 핵운반수단을 모두 보유하면서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향후 추가 실험을 하기보다는 (신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량생산과 실전배치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29일 신형 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고, 2018년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대업을 성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에서도 커다란 전진을 이룩”하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변학문 상임연구위원은 북한 신년사 분석을 통해 ‘북한이 말하는 2017년 평가와 성과점’에 대해 발표했다.

변학문 연구위원은 “몇몇 전문가들은 2017년 북한경제는 2016년에 비해 투자 및 생산 모두 다소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거나 과거와 차별되는 별다른 성과는 없어 보인다고 하지만, 김책제철련합기업소의 산소열법용광로 건설, 금성뜨락또르공장 신형 트랙터 생산 등 금속공업과 기계공업 등에서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학공업부분에 대해서는 신년사에서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순천화학련합기업소에 건설 중인 탄소하나화학공업기지나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새로운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생산계통 건설 등을 화학공업 부분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변 위원은 평양가방공장, 김정숙평양제사공장, 김정숙평양방직공장, 평양밀가루가공공장, 평양기초식품공장, 선흥식료공장 등 식료공장의 성과를 예를 들며 “북한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경제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다 하더라도 경공업 현대화나 국산화 등에 나름 가시적인 성과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은 그간의 성과를 본보기 삼아 성과를 확산시키려 하겠지만, 북한 스스로도 제재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 자립성과 주체성 강화, 규율 강화, 각 단위들의 자체적 노력과 절약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에 대해 발제를 하는 평화연구센터 강호제 센터장. [사진제공: 겨레하나]

강호제 센터장은 ‘혁명적 대응전략’과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에 대해 발제를 맡았다.

‘혁명적 대응전략’이란 지난 해 10월 7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언급한 말로,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동지께서는 미제의 핵공갈 위협을 종식시키며 자립적 민족 경제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야 사회주의 경제 강국 건설의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우리 당의 원칙적 입장과 혁명적 대응 전략도 밝혀주셨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신년사에서는 “올해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나서는 중심과업은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전원회의가 제시한 혁명적대응전략의 요구대로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호제 센터장은 “북한의 ‘혁명적 대응전략’은 지난 해 9월 제재(북한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제재)에 대응해 10월에 수립한 것이지만, 제재의 효과는 한 달 만에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북한은 전략적 차원에서 ‘혁명적 대응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흐림이 바뀐 것은 아니다”며, “북한은 기술혁신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발전전략을 지속시킬 것이고, 특히 제재로 인해 외부요인(무역)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기술혁신을 통해 군수에서 민수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년에 비해 비중이 늘어난 대남, 남북관계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준규 상임연구위원은 “올해 북한 신년사에서 대남, 남북 관계 비중이 증가한 반면 대외부분은 축소되었고, 특히 미국에 대한 ‘요구’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남’ 부분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주어가 ‘북남’이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및 그를 위한 대화 의사를 표명해 북한이 대화 재개, 관계개선 모색으로 대남 태도를 전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하지만 북한의 대남 태도의 변화가 제재 강화 국면에 대한 대응전략인지, 아니면 ‘국가 핵무력 완성’ 등 국내적 성과에 기반한 공세적 대외정책의 일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연희 사무총장도 “평창 이후 남북관계는 여전히 넘어야 할 암초들이 많다”며, “당장 한미합동군사훈련만 보더라고 지금은 연기됐지만, 4월이든, 5월이든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미가 탐색적 대화를 넘어 본격적인 대화로 진입할 수 있을지, 남북 당국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관계를 중단 없이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며, “우리 시민사회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강력한 동력과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난 10년 동안 남북 민간교류의 성과가 제로(0)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평화통일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지속가능한 기여를 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하는 숙제 앞에 놓여 있다”며, “교류협력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 지난 경험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겨레하나 회원을 비롯해 30여명이 참석했다.

겨레하나에서는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와 교육을 위해 2017년 2월 ‘평화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평화연구센터는 분단체제, 혐북사회, 일본의 재무장, 오늘의 북한, 북미 핵공방 역사, 남북경제협력2.0, 압록강에서 만난 한국사회 등 다양한 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위원들의 토론을 통해 정세 또는 다양한 주제의 분석글을 언론에 기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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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센터 칼럼]

북한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뿐일까? : 북한 미사일 분석에서 빠진 ‘과학적 사고'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2017.12.02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실패했다고 공개한 것은 단 1건이다. 2012년 4월에 발사했던 광명성 3호가 발사 직후 100여초 만에 공중에서 폭파되었다. 혹자는 일부러 공중 폭파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로동신문>에 오류를 찾아 고쳤다는 이야기가 한 달 뒤에 나왔으니 실패한 건 맞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당시의 평가가 가관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 전문가들이 북한 인공위성 발사 전체가 실패한 것인 양 이야기했고, 심지어 개발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벌을 받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 누구도 이를 ‘과학'의 이름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던 사람들은 ‘북한'적 현상에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 시험과 같은 ‘빅 사이언스(Big Science)’에서 실패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북한처럼 실패한 흔적이 별로 안 나오는 경우가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공위성 발사체는 1개만 만들지 않고 최소 2개, 복수로 제작된다. 그래야 발사하다가 실패하면 남은 것을 통해 잘못을 수정하고 최종 완성단계로 진화시킨다. 우리나라의 나로호도 그랬다.

당시 필자는 이런 일반적인 과학 상식에 기초하여 북한 광명성 3호는 10개월 안에 재발사된다는 글을 써서 나름 언론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광명성 3호는 다시 발사된다 (프레시안, 2012.4.17)) 게다가 필자의 글을 읽은 ‘과학자' 선배가 20여년 만에 연락하여 나로호도 3개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반성의 말을 전했다. 인공위성 발사체를 연구하는 자신들이 너무 안일하게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과학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문 과학자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사고, 합리적 사고를 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못할지라도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있다. ‘북한'적 현상들도 일상적 사고, 혹은 합리적 추론을 통해 분석한다면 새로운 면이 보일 거라 장담한다.

 

북한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 뿐일까?

북한의 주장을 신뢰하는 사람이나 불신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범하는 실수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팀은 ‘하나’일 것이라는 막연하게 믿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팀이 한번 쏘고 그것을 개량, 발전시켜 그 다음 것을 쏜다는 인식이다. 즉 공개된 모든 미사일이 하나의 개발 프로그램 상에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75일만에 이 정도로 발전시키다니 놀랍다”라는 평가나 “75일 밖에 개발 시간이 없었으니 미숙한 기술”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혹은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기술발전할 수 있는 경우는 없으니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거나 베낀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1번부터 10번까지 미사일이 발사되었다고 할 때, 개발팀이 ‘하나’라면 1번 다음에 2번, 2번 다음에 3번, 하는 식으로 하나씩 시험/개발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발팀이 ‘4팀’이라면? 그렇다면 A팀은 1번, 5번, 9번 미사일을 담당하고 B팀은 2번, 6번, 10번 미사일을 담당하는 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1번~10번 미사일이 순차적으로 개발 및 시험 발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A-1, B-1, C-1, D-1, A-2, B-2, C-2, D-2와 같은 서로 다른 4개 계열의 미사일이 시험 발사된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4개의 개발팀은 각자가 개발한 기술과 시험 결과는 공유할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개발팀이 미사일을 만들어, 시험 발사한다고 보면, 75일만에 기술진보를 이루었다는 평가는 너무 후한 것이고, 75일밖에 안 되니 제대로 된 기술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너무 박한 것이 된다.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주체가 군수공업부도 있고 국방과학원도 있는 등 적어도 2개의 집단이 시험발사를 담당한 것도 이런 추론이 합당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또한 북한의 과학기술 개발 역사를 보면, 같은 연구 주제를 최소 2개 이상, 보통 5개 가량 복수로 두는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당연히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별개의 여러 조직들에게 같은 목표를 동시에 주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 기업에서 쓰는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도 이런 생각을 하는게 ‘당연'하다.

『라남의 열풍』이라는 소설에서 첨단기계 개발 프로젝트를 5개의 서로 다른 단위에게 맡기는 장면이 나온다. 4개는 외국에서 기술을 이전해 오는 방법을 썼고 1개만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썼는데 결국 자체 개발한 팀만 성공했다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태블릿, 일체형 컴퓨터 등 최신 IT를 만드는 기업도 1개만 있는게 아니다. 여러 기업이 서로 경쟁하듯 IT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미사일도 이렇게 여러 개발팀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간주해야 합당하다. 근데 몇 개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미사일들의 사양과 특징을 한꺼번에 나열해놓고 비교, 분석하면 찾을 수 있을 거라 본다.

 

공개된 미사일이 북한이 보유한 최첨단 수준일까?

김정은 체제에 접어들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예전보다 더욱 잦아졌고 더욱 수준 높은 무기들이 공개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것이라 다들 공개된 미사일들이 북한의 최첨단일 것이라 짐작, 아니 예단한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아직 미개발 상태, 수준 이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2015년 이후 공개된 미사일들은 절대 불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공개된 것이 거짓이거나 조작이 섞인 것이라 추측했고, 이런 추측이 빗나가자 그냥 북한이 공개한 것이 ‘안간힘을 쓴’ 최첨단이라고 평가하였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는 합리성을 가장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배수진을 친, 마지못한 평가인 셈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가 자국의 국방기술, 무기 체계를 모두 공개할까? 시합을 앞 둔 운동선수가 시합 직전 연습 경기에서 전력을 다하는 경우가 있나? 수능을 앞 둔 수험생이 연습문제 풀이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게 맞나? 아니다.

최고 수준의 70~80% 수준에서 공개하고, 연습경기를, 모의고사를 치를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수준도 이 정도에서 파악해야 한다. 열병식 때 등장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은 이유, 처음 공개된 것을 북한 사람들이 구식이라고 한 이유는 대부분 이런 이유로 설명이 된다. 공개된 것이 아무리 놀라운 수준이라 하더라도 최첨단은 아니다.

게다가 정말로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이라면 이 정도로 실패 확률이 낮을 수는 없다. 아무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아주 어려운 문제를 모두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개되지 않은 경우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그들의 주장일 뿐이니 아직 확실한 근거로 삼기는 부족하다.

이런 식의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가짜 탄두'를 썼다거나 너무 짧은 시간에 개발하느라 기술이 완전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은 쉽게 할 수 없다. 미국 등의 ‘도발'이 심하니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이름만 15형으로 지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은 그냥 소설일 뿐이다.

 

화성 15형, 미국의 카드를 빼앗았다

북한의 화성-15형도 북한 미사일 기술의 최첨단이 아니고, 75일 전에 시험한 미사일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준비해두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하지만 시험발사 성공 확률이 높은 미사일이 더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 ‘과학적’ 사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선언대로, 공개된 미사일 수준들만으로도 북한의 핵탄두는 뉴욕 앞바다에서 폭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전까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의 카드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진행하는 군사 훈련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대내용 카드’라고 해석하는 게 더 합당하다. 북한의 무기 수준이 이런 군사 훈련으로 막을 수 없게 되었으니.

보이는 것만 믿는 편협한 수준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무턱대고 믿는 황당한 수준도 ‘합리적'인 사고는 아니다. 북한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려다 북한에만 적용되는 논리가 너무 부각되면 ‘과학'적 사고에서 멀어지게 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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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센터 칼럼]

트럼프 ‘입단속’에 만족할 것인가

-평화와 주권, 반드시 짚어봐야 할 두 가지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원  ㅣ 2017.11.17

 

 

트럼프 방한과 관련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히 강한 비판적 코멘트를 내왔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대단히 잘한 외교’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입을 단속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라는 호전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입단속’에 만족하기에는 트럼프의 입은 여전히 거칠었고, 트럼프의 행보는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국빈을 초청하여’ 평화는 얻지 못하고, 국방비만 털린 꼴이 되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무기 구매를 위한 목적의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미국 대통령과 공유한 최초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힘을 통한 평화가 의미하는 것

트럼프는 국회연설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고, 우리 언론에서도 이 표현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용어가 미국 외교에서 갖는 역사적, 정치적 함의는 생략되었다.

‘힘을 통한 평화’는 러일 전쟁 시기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즐겨 사용하던 용어였다.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대통령이던 당시 미국은 미-스페인 전쟁에서의 승리 이후 외교 노선을 고립주의에서 확장주의로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시기였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기 위해 파나마에 압력을 가해 파나마 운하를 개통한 것도 이 시기였고, 한국인의 기억 속에 너무나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역시 이 때 체결되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힘을 통한 평화’는 ‘큰 몽둥이 외교’(big stick diplomacy)를 통해 추진되었다. 루즈벨트는 본인이 즐겨 사용했던 “말은 부드럽게, 그러나 몽둥이는 지참한다”(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라는 속담처럼  ‘큰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적극적인 확장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힘을 통한 평화’를 실현해 갔다. 루즈벨트가 휘두르고자 했던 ‘큰 몽둥이’는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이었다. 막강한 해군력을 수단으로 하여 미국의 이익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힘을 통한 평화’의 목표였던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민족에게는 재앙이었다. 고종은 일본을 거쳐 조선을 방문한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딸 앨리스를 극진히 환대했다. 러시아까지 몰아낸 일본이 조선을 완전히 장악할 것을 우려하여 미국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계산이었다. 앨리스의 아시아 순방이 사실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은폐하기 위한 가장 여행이었음을 고종과 조선의 관리들은 모르고 있었다.

과연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는 루즈벨트의 그것과 다른가? 트럼프 국회 연설과 한미공동언론발표문을 보면  사실상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지도자를 독재자(dictator)라고 불렀고, 북한 주민을 노예(slave)라고 했으며, 북한을 ‘지옥’(hell)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이들(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막강한 해군력’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력’으로 표현이 바뀌었을 뿐이다. 트럼프는 정확하게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힘을 통한 평화’를 인용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 사용 준비’를 언급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못지않은 전쟁 위협 발언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균형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방한을 통해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트럼프의 국회 연설이 끝나고 우리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발표문에 등장한 이상한 문장, ‘국방비 증액 계획을 한미가 공유한다?’

트럼프로부터 평화적 해법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털렸다. 그런데 단순히 털렸다는 것으로 평가를 끝낼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 보인다.

 

⓵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현대화하고 부분적으로는 동맹의 작전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이 지난 3년간 대외군사판매(FMS) 및 상업구매(DCS)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130억불 이상의 군사 구매를 한 점에 주목하였다. ⓶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하였으며, ⓷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번호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붙인 것이다.)

 

 

위 인용문은 두 문장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문장(⓵)의 주어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다. 즉 두 정상은 지난 3년 동안 130억불 이상의 미국 무기를 구매한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그 다음 문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⓶의 구절),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즉 자신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국방 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했다. 즉 공유의 주체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공유의 대상은, 발표문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방 예산 증액 계획을 다른 나라 대통령과 공유한다? 그것도 지난 3년 130억 달러 이상 무기 구매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는 문장에 뒤이어서? 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을까? 그리고 왜 이런 내용이 공동발표문에 포함되었을까? ⓷의 구절을 보면 그 의문은 해소된다.

둘째, ⓷의 구절에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 예산 증액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한 것’을 지칭한다. 이 대목은 ‘한미 정상이 한국 국방예산 계획을 공유함으로써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한국의 예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로 해석된다.

따라서 두 개의 문장은 아래와 같이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위 인용문에서 열거된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용도로의 국방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다.”

지나친 억측인가 싶어 몇 번을 곱씹어 읽어 보아도 해석은 동일하게 나온다. 자신의 임기 때까지 미국 무기 구매를 위해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미국의 대통령과 공유하겠다는 발상이 대통령 본인의 발상인지, 외교 안보실의 발상인지 아니면 국방부의 발상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트럼프의 무기 구매 압력이 그 정도로 강했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자주국방을 위해 무기 구매는 필요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위 보도문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을 증액하여 사려고 하는 무기들은 박근혜 정부 때 한미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구매 합의가 이루어진 무기 체계들이 자주국방에 긴요한 무기 체계인지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이전 정부에서 구매했고, 구매하려고 했던 많은 무기들이 ‘방산비리’ 의혹을 받고 있고, 그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호크의 경우는, 최근 일본마저도 비용 상승을 이유로 ‘도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를 포기할 수 없듯이, 주권도 포기되어선 안 된다

따라서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미국 대통령과 공유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성급하게 이전 정부에서 구매하기로 했던 무기를 합당한 검토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내용이 한미 정상회담 보도문에 포함되었는지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가 벌여왔던 적폐행위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무기 구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설령 그것이 ‘평화를 위한 부득이한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에 이런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실수라면 그런 실수는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 이런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동맹 정책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 정도의 비용은 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위의 합의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자국의 국방예산을 다른 나라 대통령과 공유한단 말인가. 평화를 위해 주권이 포기되어야 한다면 과연 그 평화는 누구의, 누구를 위한 평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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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기고]

트럼프 대통령, 협상의 기초로 동결 대 동결 고려해야

- 오늘의 외교는 내일의 전쟁을 방지한다

아브라함 덴마크 저/장창준(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원) 역  ㅣ 2017.10.17

 

이 글의 저자 아브라함 덴마크(Abraham M. Denmark)는 우드로우윌슨 센터의 아시아담당 책임자이면서 동시에 센터 부속기관인 키신저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기도 합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를 만나 대북 정책의 자문을 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자세한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글은 키신저가 트럼프에게 했던 자문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10월 10일 트럼프와 키신저가 만났고, 이 글은 10월 11일 게재되었습니다.

이 글이 수록된 The Hill은 미국 의회 전문매체입니다. 미 의회 더 나아가 미국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매체이기 때문에 소위 ‘아무나’ 기고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닙니다.

이 글은 현실주의적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실주의는 이념과 도덕, 명분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합니다. 북한 역시 현실주의적 접근법을 채택하여 핵과 미사일 시험과 고도화를 꾀하고 있으며 ‘미국과 실질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겠다’고 주장합니다. 현실주의와 현실주의가 ‘만나야’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역자 주

 

원문은 아래 참조 바랍니다.

http://thehill.com/opinion/white-house/354891-time-for-president-trump-to-negotiate-with-north-korea

 

 

전쟁인가, 외교인가. 북한과 관련한 최근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는 이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기 전에 다시 외교적 외교적 해법에 초점을 맞추고, 이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전쟁을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아직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일시적으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는 옆으로 옮겨놓고 그 대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촉발된 최근의 위기에 집중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경제 봉쇄를 강화하고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최대의 압박” 정책을 구사해 왔다. 이 전략은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경제 봉쇄는 전보다 강화되었고, 더 많은 국가들이 북한 외교관을 추방하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에 더 많은 압력을 넣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Little Rocket Man과의 협상을 모색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라는 트윗을 올림으로써 군사적 옵션을 선호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봉쇄 행위와 언사는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목적은 북한이 핵무기를 협상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했던 모든 말이나 행동은 그들이 핵무기를 체제 유지와 공격 억지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들의 핵능력을 위협하는 것은 체제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분명하고도 일관되게 보여 왔다.

미국의 전략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호전적 언사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미국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만 한다. 만약 김정은이 그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 나쁘게는 이미 미국이 전쟁을 결심했다고 판단하고 그에 맞서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김정은에게 평화적인 탈출구가 있음을 보여주는, 더욱 현실주의적인 협상 접근법에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현실주의적 접근법은 비핵화를 궁극적으로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근 위기를 해소하는데 미국 외교의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관심도 없다”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그 말은 만약 미국이 초점을 바꾸면 외교적 전망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협상의 초점이 비핵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의 위기 원인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긴장 고조는 수 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북한의 핵 야망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빠른 속도로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최근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은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에게 사회주의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비핵화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오늘 처리해야 할 것은 아니다.

위기를 해소하려면, 미국은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반복되는 핵과 미사일 시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은 안정을 심하게 저해하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을 고조시켜 전면적인 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핵과 미사일 시험은 북한으로 하여금 그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할 수 있게 하고, 신뢰할만한 대륙간 핵능력을 확보하는데 더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시험이 중단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속도가 늦춰지고 외교가 작동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군사연습을 동시에 중단하는 소위 “동결 대 동결”을 제안해왔다. 이 제안은 한국과 미국에 의해 거부되었다. 한미 군사연습은 지역안정을 위한 합법적인 것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은 지역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법적인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미 군사연습은 현존하는 북한의 공격 위협에 한미 양국군의 방어 태세를 보장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안이 완전히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협상의 기초로 고려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비핵화를 포함하여 북한의 근본적 도전을 다룰 수 있는 미래 협상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유인과 결과가 혼합되어야 한다. 외교적 해법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갈등의 결과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접근법에 성공할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만약 오늘 외교가 시도되지 않는다면, 내일의 재앙적 전쟁을 방지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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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센터 칼럼]

랜서의 NLL 침범, 문재인의 '오직 평화'는 어디로?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원  ㅣ 2017.09.25

 

 

9월 23일 밤, 괌에서 출격한 B-1B 폭격기(일명 랜서) 2대가 한국 전쟁 이후 북한에 가장 근접한 지역까지 비행하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세계일보는 심야에 전개된 이 같은 움직임을 ‘대북 군사행동의 전조’라고 표현했다. ‘실제 북한에 대한 공습을 가정한 훈련이 아니었느냐’ 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남북 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해왔던 NLL을 넘었다는 점에서 군사적 목적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무력 시위는 한국 전투기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공조의 결과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충분히 사전 협의”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 한다. 또한 9월 25일 보도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 지역의 SA-5 지대공 미사일의 탐지레이더를 가동했다고 한다.

이런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즉 문재인 대통령까지 보고를 받을 정도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초해서 이번 무력 시위가 결정되었고,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다면 상상만으로도 섬뜩해진다. 의도했건 실수였건 간에 만약 B-1B가 북한 영공을 침범했다면 북한은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이고 그 순간 북미 군사적 충돌은 전면화된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무력 시위가 한미 공조 하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관리 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전략 자산의 배치를 한국 정부에서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 무력 시위를 한미 공동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 자산의 배치 요청과 이번 무력 시위는 성격이 다르다.

9월 4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답변했던 것처럼 지난 8월 말 한미 군사연습 당시 한국 정부는 전략폭격기의 ‘DMZ 인근 비행’을 만류했다. 비록 소극적이었을지언정,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사가 투영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무력 시위는 북한의 영공 바로 근처에서 실시되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략 자산의 배치 요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반응적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번  무력시위는 북한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가진 ‘선제적 조치’이다. 따라서 이번 무력 시위를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한반도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책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류 변화는 그 전부터 감지되기는 했다. 송영무 장관의 9월 4일 국회 발언에 따르면 하루 전날인 9월 3일 진행된 안전보장회의에서 “베를린선언보다는 우선 응징과 군사적 대치 상태를 더 강화시키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정부가 해야 할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마도 무력 시위의 결정은 ‘트럼프-김정은 말 대결’ 이후의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오직 평화’를 강조하는 연설 전후 시기에 무력 시위 결정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에서의 연설은 한낱 거짓말에 불과한 것이 된다. 대한민국의 국민과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말로는 ‘오직 평화’를 외치면서 실제 행동에서는 북미 일촉즉발의 가능성이 농후한 미국의 군사 작전에 동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공조 하에 진행된 무력 시위는 북미 군사적 대결을 더욱 고조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더욱 위협하고, 대통령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오직 평화’에서 ‘군사적 압박과 응징’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운전대를 스스로 놓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한반도라는 자동차의 운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완전히’ 떠나 북미 양국의 대결 양상에 의해 좌우되게 되었다.

또 하나, 한미 공조의 한계선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계속되는 동안 문재인 정부의 한미 공조는 계속해서 강화되었다. 비록 ‘임시’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사드 배치를 단행했다. ‘군사적 압박과 응징’으로 정책 기조가 변했다. 이번 무력 시위는 북한 영공 바로 인접까지 미국 전투기가 접근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허용했거나 묵인했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갈수록 한미 공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요구(혹은 압력)에 순응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무력 시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계속한다면? 그리고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결정한다면? 과연 그때 문재인 정부는 ‘No'라고 외칠 수 있을까?

한미 공조의 한계선이 보이지 않는 것과 비례하여 한반도 평화의 지속 가능성 역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대화를 위한 압박’이라는 말로 국민들을 현혹해서는 안된다.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된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북미 군사적 충돌과 한반도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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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기고] 

스트랫포 분석_북미 대화의 길을 여는 협상은?

북한의 전략은 무엇인가?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원  ㅣ 2017.09.18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지의 측면에서 주로 해석해 왔습니다. 즉 미국의 군사 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틀린 분석은 아닙니다. 게다가 북한의 호전성으로만 설명하려 했던 냉전적 해석에 비해 상당한 설득력과 타당성을 가졌습니다.

미국의 전략정보분석업체인 스트랫포(STRATFOR) 부대표 로저 베이커(Rodger Baker)가 최근 작성한 이 글은 억지의 개념으로만 접근해서는 북한의 전략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분석하는 현재 북한의 전략은 단지 미국의 군사공격을 억지하는 데 있지 않고 미국으로 하여금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그에 기초해 북미 담판을 지으려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수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과장법’ 속에 숨어 있는 일단의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한다!” 이것이 저자가 분석하는 북한의 전략입니다.

물론 저자의 주장 중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암시장을 통해 핵물질을 들여왔다는 주장 그리고 2020년을 핵보유국 지위 인정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은 좀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경청해야 할 대목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의 전략을 보다 엄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미중의 접근법은 틀렸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역자 주

 

[원문 보기] "Negotiating a Path to Dialogue With North Korea"

 

 

 

▲ 스트랫포(STRATFOR, https://worldview.stratfor.com)에 실린 로저 베이커 부대표의 글.

               [캡쳐사진 - 통일뉴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무기 판매량을 늘이고,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북한 정부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를 단행한 후에 대화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다고까지 밝혔다.

그에 반해 중국은 북한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측은 양자, 삼자, 다자 등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시각에 따르면, 대화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과도한 제재와 강압적인 방법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최근 필자는 동북아지역 이슈를 다루는 비공개 대화에 참여했는데, 중국과 미국의 의견 차이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화의 가치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북한 비핵화의 수단으로 여긴다. 협상은 북한이 자신의 핵프로그램을 단념했을 때 비로소 가치를 갖는다. 지난 25년 동안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합의들이 파기되어 왔고, 그동안 북한은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진시켜 왔다. 그 결과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을 회유하거나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설정하게 되었다. 북한과 협상을 함으로써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허용”했고, 또한 그같은 지위를 이용해 미국에 맞서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북핵 이슈는 북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북핵 이슈는 다른 나라를 상대로 무력을 현명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믿을만한 동맹국임을 과시하고자 하는, 미국이 지난 200년에 걸쳐 완성해 놓은 국가 안보 전략과 직결된다. 지난 20년의 시간을 통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하게끔 “허용”한 것은 그 자체로 미국의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그런데 북한의 핵보유를 방치한다면 미국의 파워에 대한 인식,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 그리고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화는 보잘 것 없으며 강압적 군사 옵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미국에 해로울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화이다. 대화라는 행위는 현재 조성되어 있는 긴박한 긴장을 완화시키고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는 사고나 오해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대화가 없는 고립과 봉쇄는 북한을 핵 포기로 이끌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이 미국의 위협 아래 놓여 있다는 인식에도 변화를 주지 못한다. 게다가 경제 봉쇄는 북한의 결심을 전혀 약화시키지 못한다. 기아상태에 놓여 있었던 1998년에 북한은 첫 번째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대화가 북한의 무기 추구를 단념시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는 기여했다. 북한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 시험을 연기했다. 심지어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08년에는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시키기도 했다(물론 그들은 대화가 깨진 이후에 그 시설을 재건했다). 중국은 이미 비공식적으로 북한을 제한적 능력을 갖춘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상황이 더욱 좋게 변화는 것도 아니고, 그런 북한과 대화한다고 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도 아니라고 중국인들은 주장한다.

북한이 미본토까지 미사일 발사 범위를 확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그 전보다 미국에게 더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미 북한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마도 괌과 하와이의 미군 기지까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추구하더라도 그것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도록 선제 공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으며, 설령 실패하더라도 미국은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가동시킬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지속적인 통치를 보장받기 위해 핵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가정한다면, 북한은 여전히 전통적 억지 개념에 부합하는 국가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보복공격으로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은 미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시각에서 보자면 미국은 현재 당장 군사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와있지 않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거친 언사를 동원하고 군사력을 과시해서 위기를 증폭시키기보다 위기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재평가되는 임시변통적 대북 접근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은 북한 이슈를 관리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같은 전략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다른 공산권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 역시 붕괴될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그런 신념은 지금도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게 가하는 재래식 군사 위협은 미국이 그같은 전략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한반도에 군사력을 동원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북한 정권이 과시하는 위협보다 더 컸던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키려 하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력 증대는 비록 정치적으로는 지역균형을 꽤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지만, 미국 특히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은 전혀 아니었다.

최근 들어와 그같은 인식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신뢰도가 낮은 ICBM이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초점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이 오랜 기간동안 미본토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의 등장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을 전통적 억지 이론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행위자로 보지 않는다. 북한은 근대국가로서의 일반적 행위 패턴을 갖고 있지 않은 전근대국가이다. 선량한 자국민을 기꺼이 희생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 자들이 통치하는 북한은 예측가능하지 않으며 강압적 방식이 통하지도 않는다. 소련과 중국의 호전성을 완화시켰던 억지 개념은 북한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북한을 관리하는 것은 더 이상 미국이 채택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이 아니다.

 

평양의 전략

미국과 중국은 공통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의도 그리고 예측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인식에 기초해서 현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을 잘못 알고 있다. 미국은 수십년동안 진행되어온 북한에 대한 제재의 효과성을 오판하고 있다. 최근에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일본 상공을 통과했던 8월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지칭함 - 역자 주) 이는 미국의 군사적 보복을 두려워하는 북한이 그 정도의 위협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에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중국을 놀라게 했다.

그같은 북한의 행동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을 때에만 대화에 참여한다는 북한의 전략을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불법 시장을 통해 핵물질을 다량 확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그들 특유의 과장법을 사용하여 수백개의 탄두를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처럼 1년 전에 수소탄 기술을 보유했다는 북한의 주장 역시 100% 신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충분히 그럴 듯해 보이는 진실을 과장법 속에 숨긴다(즉 북한의 주장이 과장되어 있다고만 단정 지을 수 없다 - 역자 주). 게다가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SLBM을 지상발사용으로 개량한 미사일,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완성함으로써 핵폭탄과 수소탄을 실전배치(to field)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봉쇄 결의가 아무리 추진되어도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종식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자신을 미국이라는 골리앗에 대응하는 다윗으로, 수소탄과 ICBM을 휘두르는 미국이라는 거인에게 돌과 투석기로 맞서는 정의로운 약자(righteous underdog)로 간주한다. 북한은 일본의 침략도, 태평양전쟁도, 한국전쟁도 이겨냈던 것처럼, 미국보다 자신이 더 전쟁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영토에서 전쟁을 치러본 경험이 없으며 본토에서의 전쟁 위험을 감내할 만한 정치력이 부족하다. 적어도 북한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이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 상황을 역동적으로 만들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북한이 그동안 의존해왔던 재래 전력을 통한 억지력은 단지 미국이 호전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핵무기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고 궁극적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강제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 미국이 핵무기를 전쟁 개시용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자로서의 무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이끌어 내는 지렛대를 북한에 제공한다. 그를 통해 북한은 비군사적 수단으로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는 기회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북한은 자신의 전략 실현에서 첫 번째 기준이 될 수 있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북한은 미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며, 미국은 군사적이건 단지 정치적이건 북한과의 충돌 형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도, 중국도 북한과의 협상 전망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이 군사 행동을 완화시키겠다는 약속을 하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대북 압박을 해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늦출 생각도, 포기할 생각도 없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 단, 이번에만큼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보장받고 협상하기를 원한다.

 

 

 

Posted by _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칼럼]

화성-14형 2차 발사에 대한 비과학적 평가, 이대로 좋은가?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2017.08.04

 

 

(오늘은 북한 과학기술 정책사 전공자가 아니라 일반물리학 교재 『우리말로 풀어 쓴 물리학 강의 - 이론편』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글을 쓴다.)

 

약 7-8년 전에 ‘북한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북한과 과학기술, 어울리는 조합인지 아니면 부조화스런 짝으로 느껴지는지. 예상했던 대로 학생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우선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고, 당시 TV에서 보이는 북한 영상이 우리의 70년대 혹은 80년대 영상처럼 낡아 보였기에 ‘미래’의 이미지를 갖는 과학기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대답이 있었다.

사실 북한의 각종 1차 사료를 꼼꼼하게 읽어본 필자는 북한의 정책이나 최고 지도자의 언급에서 과학기술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고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과학기술 성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 꽤 많았다. 그런데 왜 ‘북한-과학기술’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되었을까.

 

과학기술을 뺀 북한 연구의 위험성

이는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 대부분이 과학기술을 빼고 북한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과학기술을 뺀 이유는 과학기술에 무관심했거나 과학기술은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즉 ‘문과 출신’ 혹은 ‘문과 마인드’인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 최고지도자의 언급에서 40~50%가 과학기술 관련 이야기인데,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뺀 나머지 50~60%만 연구한 후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만 한다면, 일반 사람들이 듣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기술과 관련 없는 이야기만 듣게 될 것이다.

즉 연구하는 사람들이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해 외면한다면 언론은 물론 일반시민들은 북한 과학기술에 대해 들어볼 기회조차 못 가지게 되니, 북한과 과학기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북한이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ICBM과 핵무기를 개발하여 자주 시험을 하기 때문에 북한과 과학기술의 조합을 나름 이해한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긴 했다. 하지만 북한 혹은 국제정치 전문가 중에서 과학기술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그래서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해 잘못된 지식, 판단을 유포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지난 주 시험 발사한 화성-14형에 대한 평가에서도 과학기술을 판단할 수 없는 북한 혹은 국제정치 전문가가 부정확한 판단을 너무도 성급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사람들은 모두 평소에 자기 전문 영역에서는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좀 더 깊은 안목에서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기 전공 분야를 넘어선 부분에서 스스로 검증하지 못하는 추론을 다른 사람의 의견에 과하게 의지하여 전개한 결과, 이러한 실수를 한 것 같다.

정치학이나 외교, 사회학과 같은 ‘문과’ 관련 학문들과 달리 과학기술은 참/거짓이 명확한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도 너무도 명확한 오류라 그들이 조금만 신경 썼어도 걸러졌을 텐데 아쉽다. (물론 필자의 추론도 틀렸을 수 있다. 일반 물리 수준이 아니라 전공 물리, 세밀한 내용까지 깊이 고려하면 위 두 분의 주장이 모두 맞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다시 반박해주시면 재미있는 토론이 될 듯하다.)

 

화성-14형에 대한 잘못된 분석 1

내가 지적하고 싶은 첫 번째 잘못된 분석은 청취자가 굉장히 많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왔다.

“45도 쯤을 쏴야지 나갔다가 들어 올 때 그 열과 그 다음에 압력같은 것들이 테스트가 되는데 고각발사를 했잖습니까? 올리는데 힘이 굉장히 드는데 내려올 때 올 때는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래서 온도나 압력이 그렇게 높지를 않거든요. 그 테스트를 못하는 거고요. 두 번째 중요한 것은 뭐냐 하면 우리가 다른 폭탄처럼 땅에 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핵무기는 아닙니다. 바로 상공 바로 밑에서 터져야 가장 큰 피해를 입어요. 그 시점에서 땅에 닿기 전에 폭발해야 된다는 두가지 테스트가 북한이 남은 마지막 과제입니다.”

이 분이 첫 번째로 거론한 것은 미사일이 45도로 쏴야 제대로 된 테스트이고 고각발사 즉 수직으로 쏘면 제대로된 테스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힘’을 이야기한 것부터가 과학적 분석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안 되었다는 증거이다. 미사일의 추력, 즉 본체를 미는 힘은 쏘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소된 연료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뒤쪽으로 뿜어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고각 발사를 해서 힘이 더 드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엔진이 만들어지면 추력은 정해지는 것이다. 발사 각도와 상관없이.

또한 수직으로 쏘는 경우가 45도로 쏘는 경우보다 미사일의 속도가 더 빠르고 더 가혹한 조건에서 대기권 진입 테스트를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평가를 내렸다. 지상 100km가 되면 공기가 전혀 없는 진공, 즉 우주가 된다. 이는 전문 과학학회의 ‘정의’(definition)이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 물체의 운동속도는 높이에 따라 결정된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조건에서. 이런 분석은 ‘힘’이 아니라 ‘에너지’로 해야 한다.

미사일에 탑재되어 있는 연료가 만들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이 에너지는 마찰에 의해 손실되는 에너지[E1] 말고, 높이를 바꾸는 위치에너지[E2] 그리고 운동에너지[E3]로 변환된다.(기타 잡스러운 에너지도 있지만 무시하고 그냥 큰 것만 보자.) 45도로 쏘나 90도로 쏘나 대기권 진입하는 높이는 100km로 같기 때문에 미사일의 위치에너지[E2]는 같다.

그런데 45도로 쏘면 대기권을 가로지는 거리가 90도로 쏠 때보다 더 길어진다. 직각 삼각형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대각선 거리는 수직 거리의 대략 1.4배가 된다. 따라서 45도로 쏠 때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E1]이 더 크다. 결국 같은 에너지로 쏘아올린 미사일의 운동에너지[E3], 즉 속력은 90도로 쏠 때 손실이 적어 더 빠르게 된다. 위 발언자는 반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힘과 에너지라는 용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념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느낌상 수직으로 올릴 때 힘이 더 많이 드는 듯하나 수직과 수평을 나누어보고 힘과 에너지를 구분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운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에너지 손실이 얼마나 작은가가 같은 높이에 도달한 미사일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냥 일상 수준의 직관이 오개념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일반 청취자에거 쉽게 풀어 설명하려 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잘못된 개념으로 비유를 한다면 오개념을 심어주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하다.)

45도로 쏠 때보다 90도로 쏠 때 더 빠르게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므로 열과 충격이 훨씬 더 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이해하고 아직 화성-14형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잘못된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주위에 물리학자도 많았을 텐데 물어보고, 자신의 수준에서라도 충분히 납득한 다음 공개적인 발언을 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지점이다.

위 발언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핵폭탄이 바닥에서 터지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 대목이다. 본인도 공중에서 터지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이야기했으면서 마치 바닥에서 터지면 제대로 된 핵폭탄이 아닌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발언한 것이다.

공중에서 터지나 바닥에서 터지나 상관없이 핵폭탄의 위력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폭탄을 발사하는 사람의 기대(?)에 충족할 만큼 충분한 피해를 입힐 수 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게다가 폭발 이후 방사능 낙진을 충분히 남겨 그 곳에서 사람이 한동안 살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같은 폭탄으로 좀 더 많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 공중에서 터트리는 것이지 땅에서 터지면 핵폭탄이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 제일 마지막 말을 보면, 본인도 이런 차이를 거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엄밀하지 못한 이해가 오류를 범한 듯하다. 역시 아쉬운 지점이다.

결국 이 분이 거론한 두 가지 미비한 점은 본인의 잘못된 과학기술 지식/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결국 북한의 ICBM은 가혹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거친, 본인의 결론보다 제대로 된 성능의 ICBM이라는 역설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화성-14형에 대한 잘못된 분석 2

두 번째 잘못된 분석은 <프레시안>에 실린 칼럼이다.

이 글은 도입부부터 “재진입 기술 과시 못한 북한”이라고 소제목의 글로 시작하여 아주 야심차게 과학기술적 분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추론의 논리를 자신이 소화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결론’만 가져다 놓았다. 야심찬 출발에 비해 초라한 추론이다.

“하지만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러먼 선임연구원은 화성-14형의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한 후 작은 조각으로 나눠진 뒤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는 마이클 엘러먼이라는 사람의 결론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그가 어떤 추론의 과정을 거쳤는지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미국의 전문가’가 내린 ‘결론’만을 그대로 따르라고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셈이다.

마이클 엘러먼이라는 사람이 <38north.org>라는 사이트에 올린 “Video Casts Doubt on North Korea's Ability to Field an ICBM Re-entry Vehicle”라는 글에는 <NHK> 카메라에 잡힌 화성-14형의 대기권 재진입 모습에 대한 분석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그는 영상에 등장한 화성-14형의 불꽃이 고도 3~4km 즈음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관찰’하고 땅에 떨어지기 전에 탄두가 모두 불타 없어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탄두가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면 마지막까지 불꽃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지막에 불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으로 실패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이는 정밀 관측의 결과가 아니고 멀리 잡힌 영상만으로 분석한 결과라서 제목에 쓰여진 것처럼, ‘의심’ 수준이지 엄밀한 분석 결과는 아니라고 보야 한다. 이처럼 마이클 엘러먼의 추론이 매우 빈약한 관찰,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많은 ‘의심’을 그냥 그대로 전달하면서 사람들에게 '결론'만 강요한 것이 이 저자의 잘못이다.

과학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과정이 어렵고 난해하기 때문에 ‘결론’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따른' 좋지 못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의 논리의 비약이 있는 주장은 추론 근거를 밝힌 두 번째 분석 결과이다.

“하지만 고각 발사했을 경우 낙하할 때 탄두는 수직에 가까이 대기권을 향해 떨어진다. 낙하과정이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보다 불안정하다. 또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에는 대기권에 수직보다도 낮은 각도로 진입하기 때문에 탄두가 튕겨 나갈 수 있다. 마치 물수제비 놀이를 할 때 튕겨나가는 돌과 같이 탄두가 대기권에서 튕겨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수직이 아닌, 즉 비스듬하게 대기권을 진입하게 되면 물수제비를 뜰 때처럼 미사일이 튕겨갈 수 있어서 수직인 경우보다 더 어렵다고 추론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직 제대로 된 대기권 재진입 시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사일의 모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주왕복선의 경우, 되튕겨나가는 각도는 45도 수준이 아니라 5.2도 미만이다. 즉 0도에서 5.2도, 90도 중에서 5.7%에 해당하는 각도에 들어가야 되튕겨나간다. 그리고 수직으로 들어오면 되튕겨나갈 각도에 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줄지만 빠른 속도로 들어오다가 공기저항을 세게 받게 되어 자세를 제어하기가 더 어렵다.

즉 이번 시험은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수직으로 들어오게 되어 정교한 진입 각도 조정을 시험한 것은 아니지만 강한 쏠리는 힘을 견디면서 자세를 제어하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제대로 시험해보아야 하겠지만 공기저항이 더 적은 대각선으로 진입할 때, 되튕겨나갈 수도 있는 아주 작은 범위의 각도 안에만 안 들어가게 자세를 제어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판단하는 건 비약이 심하다. 이는 스스로 추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추론 ‘결과’만 성급하게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 분의 무리한 추론은 다음 말을 하기 위함 인 듯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화성 14형 실험발사를 통해 북한이 입증한 것은 ‘미국 본토의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과시했다는 주장은 아직까지는 입증하기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과시’하지는 못한 것이다.”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상공, 즉 지상 100km까지만 도달한 것이고 아직 본토에는 닿지 않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억지로 다른 사람들의 결론을 가져다 쓴 듯하다. 이미 2017년 5월에 시험발사한 화성-12형의 탄두가 대기권 진입 이후 교신성공했다는 근거도 있는 만큼 그 다음 버전인 화성-14형이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했다는 것은 거꾸로 된 평가이다.

상공에는 도달했지만 본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면 좀 더 정교하고 합리적인 추론을 전개해본 다음에 발표하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지 않도록.

 

과학기술 추론, 남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필자는 학부 수준의 물리학을 공부했기에 적어도 물리, 수학 관련 지식에 대해 참/거짓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그래서 과학기술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잘못된 추론을 지적할 수준은 된다.

위에서 필자가 오류를 지적한 전문가들의 발언과 글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이유는 그 분들의 말과 글이 너무 많이 회자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 의도를 가진 분석이 아닌 말 그대로 제대로 된 분석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 분들이 과학기술 관련 언급을 안 할 때에는 훌륭한 의견을 많이 내셨기에 이 이야기들도 별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청취자나 독자가 생겼을까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과학기술자들이 많이 있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기 꺼리는 분위기, 그리고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과학기술 관련 추론을 제대로 못하는 한계, 이 둘을 극복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북한 연구, 나아가 제대로 된 통일 연구는 불가능할 듯하여 주제넘게 ‘지적질’을 했다. 개인적인 감정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

화성10호, 화성12형, 화성14형 1차, 2차 시험 발사를 통해 북한은 미국까지 닿을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를 확보했음과 동시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음을 거의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미 소형화된 다양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음도 보여주었기에 이제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물론 아직은 미국 대륙에 가서 제대로 터지는 ICBM은 공개되지 않았기에 더 많은 시험단계가 남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패라는 주장의 근거나 추론 과정에 모순이 많아 실패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것이 대부분 극복되었다고 평가해야 나름 합리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겠다.

 

 

 

Posted by _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칼럼]

북한 ICBM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2017.07.31

 

2017년 7월 28일 새벽에 발사된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이 공개되어 놀랐는지, 아니면 ICBM의 성능이 예상보다 뛰어나서 놀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물론 관련 전문가, 정책 담당자들도 놀라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렇다고 해도 전문가나 정책 담당자들이 놀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합당하지 않은 대응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다.

최고 고도 3700km까지 올라가는 ICBM에 대한 대응으로 사드를 도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줄곧 주장하다가 갑자기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같은 일이라도 박근혜 정부에서 하면 잘못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하면 잘한 게 되는 것인가?

사실, 북한의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2012년, 2015년에도 공개된 적이 있다. 열병식 때 8축 트레일러 위에 실려 공개된 ICBM급 미사일을 보고 사람들은 종이를 덧댄 위작이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분석하고 대비하였던 적이 있다.

우리 정부도 최소한 이때부터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ICBM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판단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즉 이번 ICBM시험 발사에 맞추어 내놓은 대응책은 최소 2년, 길게는 5년 전부터 준비되었던 대응책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드 추가 배치는 그런 긴 호흡의 대응으로 보기에는 무기 성격 자체가 안 맞다.

어떤 최신 기술, 제품이라도 공개된 순간과 개발되고 만들어지는 순간이 같을 수는 없다. 일반 기업들도 신제품을 출시하려면 내부적으로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을 극비리에 준비한다. 완성된 제품도 시장상황이나 경쟁업체의 대응에 따라 상당기간 비공개로 두기도 한다.

하물며 전략무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발 자체도 극비로 취급되겠지만 공개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북한의 전략무기 시험발사 패턴을 보면 시험 간격이 매우 짧고 성공 확률 또한 높기 때문에 공개된 무기나 기술은 최 정점이 아니라 몇 단계 아래에 있는, 즉 안정된 무기와 숙성된 기술이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ICBM에 대한 대비는 1998년부터 했어야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서 ICBM에 비견되는 기술은 이미 1998년에 공개되었다.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과 ICBM 기술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북한의 첫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 발사가 성공하는 순간, ICBM 제작 기술도 상당히 발달했을 것이라 추정해야 마땅하다.

2009년 이후 거의 3년 주기로 진행된 인공위성 발사시험을 보면 ICBM은 공개만 안 되었을 뿐 이미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어야 한다. 매번 어색한 이유와 함께 ‘실패’라는 평가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 말고, ICBM의 완성이 가져올 파장을 꼼꼼하게 따져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 후 국민들에게 제시하여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정책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만일 인공위성 발사체와 달리 ICBM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핑계를 댄다면 2016년 3월 지상에서 모의 재진입 시험을 공개했을 때라도 이미 ICBM은 완성되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대비했어야 한다.

백 번 양보해도 2016년 6월 ‘화성 10호’가 최고고도 1,416km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시험과정이 공개되었을 때에는 ICBM의 완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공식 규정된 대기권(100km)을 뚫고 나가고도 1,300km를 더 상승했다가 수직으로 되돌아오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완성이라 봐야 했다. 당시 언론은 사거리에 매몰되어 보도했기에 일반인들은 간과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미사일 전문가나 정책 담당자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ICBM이라고 북한이 주장하는 ‘화성 14형’이 공개되고 나온 대책은 너무나 어이없는 사드 재배치이다.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은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사드가 ICBM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냥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좋은 행동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미국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수준으로 끝내면 안 되는 것이었나? ICBM의 주 타격 대상이 미국이므로 대화로 풀 수 있는 주체도 미국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08년 9.19합의 무산 때부터 비핵화는 거의 불가능해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북한의 ‘비핵화’를 줄곧 이야기해왔는데 사실 북한의 비핵화는 9.19, 2.13 합의 이행과정이 2008년에 무산되면서 거의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당시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3단계로 나누어 차근차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에 석연찮은 이유로 핵 불능화는 2단계에서 멈춰버렸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합의는 파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9.19, 2.13합의를 이야기하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원칙을 이야기하는 대목을 보면 기초 정보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원래 CVID는 부시가 집권 초기에 줄곧 강조하던 원칙이었는데 9.19, 2.13합의는 이를 내려놓으면서 진척될 수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NSC를 담당하고 있던 이종석 전 장관도 자신의 회고록에 이를 분명히 써놓았다. 실물이 존재하는 현재핵에 대해서는 검증가능, 불가역적인 폐기가 가능하지만 항상 논쟁 속에 있던 과거핵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완전하고 정확한”(Complete, Correct: CC)으로 바꾸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 장면을 CNN이 생중계하는 등 현존하는 핵시설들은 합의된 절차에 따라 거의 90% 수준까지 불능화되었다. 과거 핵활동에 대해서는 무려 1만9천쪽에 달하는 핵활동 일지가 미국에게 직접 건네졌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서가 중국에게 제출되는 것으로 일단락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북한의 신고서에 대한 검증 문제 때문에 합의가 깨졌다고 주로 보도되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북한이 신고한 핵물질 추출량과 미국의 추정치가 거의 비슷했고 오차가 생긴 부분은 1980년대 일에 대한 평가의 차이였는데 이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다루었던 부분이다.

게다가 검증 문제는 원래 합의 내용에 없던 방식까지 미국이 요구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이전의 불능화 사례들에서도 검증이 매우 민감한 것이라 조심스럽게 다루던 것인데 갑자기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합의를 깨는 결정적인 이유인 것처럼 언급된 것이다. 실제 합의 파기는 다른 이유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2008년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비핵화’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객관적 현실을 부정하는 주관적, 정치적 희망사항일 뿐이다. 2008년만 하더라도 북한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2~3차례만 추출하였을 뿐이고 핵시험도 한 번만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까지 핵연료봉에서 플루토늄도 몇 번 더 추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천 기의 원심분리기를 가동시켜 우라늄 농축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핵시험은 무려 네 번이나 더 시행했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헌법까지 개정하여 핵보유를 선언했고 2013년에는 경제발전 전략도 핵무력 확충을 고려하는 형태로 바꾸었다.

2016년에는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영군체계’를 완성할 것을 요구하였으므로 북한 체제에서 핵을 분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아마도 북한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비핵화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비핵화를 하겠으니 제안해보라고 먼저 이야기하면 아무도 대답 못할 것이다.

 

ICBM과 핵을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진정한 대화’뿐

2017년 7월 4일, 7월 28일 2번에 걸쳐 시험발사된 ‘화성 14형’은 수치상으로는 ICBM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준에 도달하였다. 최고 고도가 2,800km, 3,700km나 되었고 비행시간도 39분, 47분이나 되었다. 사거리가 얼마냐를 따지는 것도 이제 무의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대기권 진입 이후 탄두 내부 기계들이 모두 정상작동하였음이 드러났으므로 모의 핵탄 폭파 시험도 큰 의미가 없다. 그냥 전 세계 어디든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을 날려보낼 수 있는 능력을 북한이 보유했음을 인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반응이다.

만일 이런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인정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낫다. 말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먼저 핵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하고 있니, 서로 가만히 있으면 최소한 전쟁만은 피할 수 있다.

만일 이런 위험한 무기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된다면 대화를 시작하자. ICBM과 핵무기를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지구상에 없으니까, 아니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평화’이니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자.

앞에서는 대화를 제의하고 뒤에서는 참수부대 창설을 앞당기겠다고 이야기하면 누가 기분 좋게 대화에 나서겠는가?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한다면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어법의 차이로 봐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논리력의 부족, 혹은 대화 제의의 진정성 없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남북이 만나지 않고 또 다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그만큼 오랜 세월 떨어져 지냈으므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만반의 필요성이 강해야 한다. 채찍이나 제재로 대화하려 하지 말고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함께 모색해보자고 하면서 대화하려 해보자.

미사일을 쏘고 핵을 가졌지만 북한은 이것의 효용을 평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진정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만나자고 제의해보자. 모든 조건을 내려놓고 일단 만나서 평화를 이야기하자고 제의해보자. 무기를 이기는 것은 평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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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센터 칼럼] 과학기술 중심의 남북 교류협력 (3)

구체적인 새로운 남북 교류협력 사업 제안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 2017.07.03

 

 

 

 

최근 제시되고 있는 새로운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제안들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구체적인 내용이 적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라야 하고, 새로운 흐름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구체적인 무엇'이 빠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단순히 ‘새로운 것'만 이야기하다 보면 공허해질 뿐이다. 이에 ‘새로운 무엇'의 자리에 ‘과학기술'을 놓고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방향을 제안해보려 한다.

우선 사업 영역을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연)’와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학)’ 그리고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산업(산)’으로 나누어보겠다. 여기에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인식, 특히 ‘혐북'이라고 하는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대중인식 개선' 부분이 필요하지만 이는 이전 글들로 대신하겠다.

 

<이전 글>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376
)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295
)

 

 

1. 산업

 

1) 북한의 과학기술과 고급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 세계 시장

남북이 공존, 공영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산업 방식이 지금처럼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의 결합 형태면 안 된다. 이는 지금 현재 가장 합리적인 남북 교류협력 방안으로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국주의적, 식민지적 인식이 깊게 내재되어 있다. 북한을 값싼, 하지만 우수한 노동력 공급처로, 풍부하지만 개발되지 않은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것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바라보던 인식과 같다.

단순한 자원 거래나 단순한 노동만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 자원을 최대한 가공하거나 고급 노동을 해야만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 산업의 영역에서는 ‘북한의 과학기술, 고급 노동력을 활용하고 남한의 자본 및 마케팅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 대상이나 활동할 시장은 국내보다는 세계 시장이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산업의 기본이 될 ‘북한의 과학기술’이 과연 쓸모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만일 북한의 기술 중에서 쓸만한 것이 없다면 이런 구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면서도 난해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은 합리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북한 특수성’, 즉 이데올로기 경쟁에 따른 결과인 ‘혐북' 인식 때문에 생긴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기술을 활용한 교류협력 구상에 대해 ‘북한 기술 수준'을 묻는 사람은 북한 전공자들, 즉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과학기술' 혹은 ‘첨단'이라는 말이 북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강한 사람들이 이런 반문을 자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상식, 즉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빼고 하나의 국가를 대상으로 과학기술적인 측면의 판단만 한다면 ‘수준'을 논하는 질문은 잘 안 하게 된다.

북한은 자체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을 ‘핵', ‘미사일'과 같은 무기 기술로 강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절대 이전해주려 하지 않을 무기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최근 북한의 무기 시험을 통해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 보유의 기술 수준은 단순한 저개발 국가의 그것이 아니다. 만일 다른 선진국의 무기를 보고 베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수준은 놀라운 것이다. 직접 가르쳐주지 않은 그 기술을 옆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 복제하는 일,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발 국가 중에서 추격발전에 성공하여 선도국가로 바뀌었다고 인정받는 우리나라도 기술 복제 능력에 의해 추격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북한의 기술 수준에 대해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또한 어떤 형태가 되었건 간에 북한 경제는 ‘자립'을 목표로, 자립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유지되며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기술은 경제적 효율성이나 비교 우위의 정도에서 여러 판단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분명 쓸모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북한과 같은 상황에서는 쓸모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 인정받은 기술은 다른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사업화를 위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이 공개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화할 만한 사례를 제안해보겠다.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영역이니,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해보자. 북한의 과학기술을 활용한다는 게 어떤 건지.

 

사례 1 : 항균/멸균 공기 필터 활용, 공기청정기 제작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에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많아졌다. 일반 마스크로는 전혀 거를 수 없는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는 공기청정기는 거의 100만원 대를 넘어간다. 대중적인 공기청정기는 30만원 대이고 가성비로 주목 받는 샤오미는 저가형으로 15만원까지 낮추었다.

그런데 공기청정기의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기 속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핵심이고 오염된 공기가 필터로 들어가서 정화된 다음 잘 확산되도록 돕는 ‘선풍기(팬)’가 붙어 있는 구조이다. 여기에 공기가 오염된 정도에 따라 작동을 달리할 수 있게 ‘센서'가 추가되고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컨트롤러가 있다. 필터는 계속 교체해주어야 하므로 가격이 낮아야 유지비가 적게 든다. 팬은 소음이 적어야 하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 센서와 컨트롤러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 에어컨 필터와 팬  그리고 IOT키트를 결합하여 10만원 수준에서 자작(DIY)하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북한의 국가과학원 소속의 종이공학연구소에서는 ‘항균, 멸균'까지 가능한 고성능 필터를 개발하였다. 공기필터가 미세한 먼지만 걸러내지 않고 세균까지 걸러내고 세균 증식까지 방지할 수 있는 의료용 필터를 개발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실제 병원의 공기정화 시스템에 사용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성능이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기반으로 공기청정기를 만들면 요즘 형성되기 시작한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듯하다. 기능은 1단계 높고, 가격은 10% 가량 낮게 만들 수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저소음 팬도 잘 만들 수 있지 있다고 ‘선전'하면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하면, 북한 국가과학원 종이공학연구소에서 공기청정기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필터를 제작하고, 남이나 북의 저소음 팬, 그리고 남한에서 제작한 센서와 컨트롤러를 결합시켜 공기청정기를 만들면 경쟁력 있는 상품이 만들어질 듯하다.

 

사례 2 : 부품 재활용 산업

북한에서는 굉장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기계설비들이 정상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단종되고 박물관으로 들어간 기종도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종 금속 부품들을 재생하는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오래 사용하여 마모된 부품들을 도금이나 코팅 등의 방법으로 재생하고 부러진 것은 용접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국가과학원 물리학연구소에서는 ‘불꽃방전 피복장치'를 새롭게 개발하였다고 한다. 이는 전기가 통하는 대부분의 물질을 부품의 표면에 입힐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많이 개발되지 않았을 산업인데 북한의 특수성으로 인해 많이 발전한 듯하다.

 

사례 3 : 화장품(기능성)

꽤 오래 전부터 북한의 화장품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평양화장품공장과 신의주화장품공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공장인데 여기서 ‘은하수', ‘봄향기'라는 브랜드가 생산된다. 최근 이들 공장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의 성능이 유럽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보다 효과가 좋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상품이 화장품이다. 그만큼 한국산 화장품은 가격과 성능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명동에는 관광객들이 찾기 때문에 옛날 브랜드가 아직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북한의 기능성 화장품 생산능력을 우리나라 화장품의 명성과 잘 결합하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북한산 화장품의 성분에는 일반적으로 기준과 다른 것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일정되는 성분과 금지되는 성분 등에 대한 기준을 공통으로 적용하게 되면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례 4 : 비날론 상품화 (스포츠 타월, 특수 섬유, 방탄/방염 섬유)

북한은 석탄에서 추출하는 합성섬유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는 ‘비날론'으로 부르는 PVA 계열의 합성섬유는 특수 섬유로 가공하기 쉽다. 예를 들어 물을 빠르게 많이 흡수할 수 있는 스포츠 타월, 방탄 섬유, 방염 섬유 등을 만들 수 있고 수술 후 인체에 녹아 없어지는 실, 땅에 묻으면 자연분해되는 일회용 비닐 등을 만들 수 있다.

비날론의 가장 큰 문제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인데 북한의 비날론을 정밀 검토한 섬유학자는 불순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의 비날론 생산 시스템은 규모와 기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합성섬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도 있을 것이다.

 

2) 중소기업부의 Tips 프로그램에 북한 과학기술 전담 액셀러레이터 추가

최근에 기술주도형 창업을 정려하고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중소기업부에서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www.jointips.or.kr)’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 시기에는 스타트업(벤처)을 자금 지원 중심으로 도와주었는데 TIPS 프로그램에서는 자금뿐만 아니라 기술을 포함한 사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지원해주는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즉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업가가 기술자문까지 가능한 팀을 꾸려 스타트업을 지원 육성할 때 정부가 이들 팀을 단위로 자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정부에서 자격을 부여 받은 단체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멘토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액셀러레이터들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최소 1억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으면 정부에서 5억에서 7억 가량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자본금 부담을 줄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액셀러레이터는 각각 자기들의 전문 분야가 있다. 만일 북한 과학기술 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추가될 수만 있다면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새로운 흐름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북한과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과학기술 자문 능력이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북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을 선발 육성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그만큼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교육/학생

 

1) 국제 올림피아드/경시대회 단일팀 참가

최근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팀의 참가와 함께 스포츠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기대가 많이 높아졌다. 1991년 탁구 단일팀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던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짜릿한 기쁨의 기억을 남겼다.

경기가 보통 스포츠 부문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학기술 부문에도 경시대회가 많이 있다. 물리, 수학, 화학, 천문, 코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실력을 겨루는 경시대회(올림피아드)가 매년 개최된다. 중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것도 있고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것도 있다. 이 대회를 위해 해당 학회에서는 매년 다양한 절차를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하여 국제대회에 보낸다. 여기서 남한과 북한은 모두 상당히 높은 성적을 거두어왔다.

수학, 과학부문의 단일팀은 스포츠 단일팀보다 구성하기 쉽다. 원래 있던 절차에서 마지막에 두 팀이 아니라 한 팀으로 합치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학, 과학 경시대회는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코딩 대회나 실험 대회만 협력이 필요한 단체전 성격이 강하지 다른 대회는 개인전과 개인들의 성적을 합산하는 수준의 단체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남북 모두 교육열이 높고 수학, 과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기술혁신 체제, 생산성 주도형 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것은 남북 모두 같기 때문에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단일팀 구성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교류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

 

2) 교수/학습 방법 전람회, 전시회, 경진대회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남한의 인터넷 사교육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원격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 전세계적으로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고 지식 순환/교육 속도를 높이기 위해 ICT기술을 활용하려는 추세이다. 보통 e-Learning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있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과 함께 교육 컨텐츠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하는 의외로 성장속도가 더딘 부문이다. 단순히 인터넷을 활용하여 거리의 제약만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강의 도구와 방법을 ICT기술로 바꾸는 것이라 더딘 것이다.

북한은 뒤늦게 원격교육체계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시작되었다가 최근에는 12년제 의무교육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학교 e-Learning 전반적인 부문으로 개발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남한에 비해 하드웨어 기술은 많이 뒤떨어져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고, 국가 전체적으로 지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컨텐츠 제작 부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부문에서 교류협력을 하게 된다면 북한의 호응이 다른 부문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3. 연구/전문가

 

1) 연구 정보 교환과 공동 연구

전문 연구활동은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남북이 모두 비슷하다. 그리고 이전 시기 과학기술자들의 정보 교환 및 공동연구를 약간 해보았다. 즉, 부문별로 남북 과학자들이 학술대회와 같은 공동행사를 진행하다가 뜻이 맞는 부문이 생기면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 된다.

다만 이전 시기 연구자들의 교류협력 사업이 산발적으로 전개되어 개별 행사와 교류협력 사업의 경험이 누적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특히 연구부문에서는 교류협력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을 만들어 조정과 지원을 전담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전 시기 상당한 수준까지 남북이 함께 논의하다가 무산된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와 같은 만들 필요가 있다. 당시 구상은 북한은 평양 시내 토지를 제공하고 남한은 건축비를 제공하여 협력센터를 만들고 이곳을 통해 남북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2) 남북 과학기술/산업 정보센터 설립

이전 시기 남북과학기술 협력을 위해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를 평양에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당시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는 공동연구 지원에 집중한 기관이라면 지금은 정보 소통을 전담하는 기능이 더 요구된다. 정보소통이 단절되었던 기간이 10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남, 북 양쪽의 정보들을 최대한 빨리 수집, 정리하여 유통해야 할 필요가 강해졌다.

특히 북한은 과학기술 전당과 정보소통 전담 기관까지 생겼는데 우리는 그 흐름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 기기에도 북한 과학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기관은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만들어졌던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NKTech)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개설한 웹페이지 수준이었지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었다.

북한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들에도 과학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연구는 거의 안 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북한을 연구하는 팀이 있어 산업과 관련한 연구를 조금씩 수행하긴 했지만 인력이 매우 작아 규모 있는 사업을 거의 못했다. 북한 과학기술과 산업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남북 과학기술/산업 정보센터'가 설립되면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4.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동행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비단 정상들의 활동만이 아니라 지자체를 비롯 여러 단체들이 새로운 남북 관계를 예상하고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지금, 우리를 가두었던 상상력을 마음껏 발산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따로 걸어왔던 남북이 새로운 동행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걷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통일, 남북 관계에서는 생소했던 ‘과학기술', 이를 통한 새로운 교류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이것만 받아들여도 ‘혐북'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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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센터 칼럼] 과학기술 중심의 남북 교류협력 (2)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과학기술에 주목한다

강호제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ㅣ2017.06.26

 

1) 새로운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구상해보자
2)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과학기술에 주목한다
3) 구체적인 새로운 남북 교류협력 사업 제안

 

과학기술의 활용 범위는 광대하다. 게다가 지금도 그러하지만 미래는 과학기술과 연관되지 않은 부분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남북 모두 미래를 대비하자면서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이나 ‘새세기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은 물론 우리의 일상까지 모두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래의 경제구조를 ‘요소투입형'에서 ‘생산성 주도형'으로 바꾸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즉 자본, 노동 등을 마구 투입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신기술 도입이나 효율성 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그만큼 과학기술의 역할을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남북 교류협력사업도 과학기술의 역할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남북 교류협력이 과거를 정리하는 형태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이라면, 과학기술을 통한 교류협력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되건, 새 세기 산업혁명이 되건 기본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무조건 최첨단 과학기술일 필요는 없다

여기서 과학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최첨단'일 필요는 없다. 꼭 필요한 수준, 적정 수준의 과학기술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새로운 최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 과학기술적 능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산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것이기보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이론 등을 적절하게 잘 배합하여 새로운 요구를 잘 충족시킨 것이 많다. 따라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구상할 때 반드시 최첨단 과학기술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쓸만한 기술을 잘 발굴하여 상품화를 잘 하면 된다.

보통 과학기술의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수를 많이 거론한다.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는 북한 학자의 논문 수가 최근에 급격히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남한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적다. 또한 현대의 과학기술 연구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연구 수준을 외형적으로 비교할 때 연구비 규모를 많이 거론한다. 북한의 연구비 규모가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남한의 경제규모 자체가 월등히 크기 때문에 연구비 규모도 남한이 월등히 많다. 이렇게 보면 과학기술을 통한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남한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첨단 과학기술보다 적정한 수준의 과학기술, 쓸한만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무게 추를 옮기면 남북이 대등한 수준에서 교류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 게다가 서로 강하고 약한 부분이 묘하게 달라 서로의 약점을 잘 보완해줄 수 있다면(유무 상통) 시너지가 의외로 클 것이라 예상한다.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의 과학기술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물어본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명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과학기술 수준과 관련한 북한의 상호 모순되는 모습들 때문일 것이다. 한쪽에서는 기술 수준이 굉장히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주로 나오다가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이 상당한 기술력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무기를 자체 제작했다고 하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구비 규모나 논문 발표수만 보면 북한 과학기술 수준은 형편없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광명성, 콜드런칭 방식을 사용하기에 잠수함에서도 쏠 수 있는 북극성, 고각 발사를 통해 고도 2000km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대기권을 진입할 수 있는 은하, 그리고 정밀 유도, 자동항법 장치까지 장착한 지대함 미사일 등의 수준을 보면 북한의 과학기술, 특히 국방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할 수도 있다. 최소한 전자 장비 제작 기술이나 정밀 기계 제작/가공 기술은 무시 못할 수준이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한 과학기술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이러한 성과들이 일회성이나 우연한 성과 혹은 일부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평가절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랜 기간 동안 과학기술 지원, 육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의 수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자체 설계가 아니라 소련 모델을 모방한 것이긴 하지만 1950년대 말에 자동차, 트랙터 등 엔진 장착 기계장비를 자체 생산하였고 1960년대 초에는 초대형 비날론 공업화 시설을 만들었으며 반도체와 트랜지스터를 모두 사용한 전자계산기(컴퓨터)를 만들어 생산에 도입할 논의도 했던 것을 보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우습게 여길 수준은 분명 아닐 것이다. 아마도 민수 부문과 군수 부문의 기술 수준이 극단적으로 달라 보이는 까닭은 군사적 대결상황으로 인한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이지 실력의 모자람 때문은 아닐 듯하다.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 즉 과학기술자들의 능력이나 수준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 과학기술 전반적인 수준이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추정할 수 있다. 북한 의사들을 비롯 전문 과학기술 연구자들을 만나보았던 재일동포 과학기술자나 남한의 과학기술 연구자들 중 상당수가 북한 과학기술자들의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중고등학교 재학생과 대학생들이 참가하여 과학기술 능력을 겨루는 각종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에서 북한 학생들이 입상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아 교육수준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공위성 발사체 제작과 미사일 제작을 실질적으로 책임진 1번수 연구사가 20-30대 젊은 과학자라는 북한의 주장이 맞다면 첨단 기술의 세대 이전도 가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 기업체에 속해서 일하는 일반 노동자 혹은 현장 기술자들의 수준도 상당하다고 많은 기업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마도 과학기술 교육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듯하다.

 

북한의 과학기술 기관과 역할 분담

북한은 중앙 집중식 계획경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관련 활동도 국가과학원을 정점으로 하는 체계를 갖추고 각 기관이 서로 역할 분담하여 진행된다. 내각의 한 기관에 해당하는 국가과학원은 말 그대로 국가 차원의 전문 연구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교, 김책공업종합대학교와 같은 대학에서도 기초과학을 비롯한 첨단과학연구활동을 주도한다. 산업 등에서 활용하기 위한 응용과학연구는 내각의 생산성 산하 연구소에서 담당하고, 큰 규모의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조직을 구성한다. 국가과학원, 생산성 산하 연구소, 기업 소속 연구소, 대학이 전문 과학연구활동과 기술지원활동을 분담하는 체계이다.

기술혁신은 연구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과학기술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연구성과들을 서로 나눌 수 있게 하며, 일반일들이 과학기술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은 2015년 과학기술 전당을 새로 만들어 과학기술 보급 및 문제해결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각 지역마다 설치된 미래원과 과학기술보급실 등이 과학기술 전당과 연결되어 소통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과학기술 전당을 중심에 둔 과학기술 확산, 보급 시스템은 원격 강의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서 학교 체계 밖에서도 과학기술 교육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북한 과학기술 관련 기관 중에서 국가과학원 발명총국과 김일성종합대학의 첨단과학기술교류사, 김책공업대학의 미래과학기술교류사, 그리고 과학기술 전당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과학원 발명총국은 말 그대로 북한의 발명 및 특허 등 상품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쓸모 많은 북한의 기술을 발굴, 조사, 분석하는 데 핵심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전당은 과학기술 정보 소통과 대중화 사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산업기술 등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과학기술 대중화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첨단과학기술교류사와 미래과학기술교류사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종학대학의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기술교류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시키는 데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북한의 쓸만한 과학기술은 어떤 게 있나?

북한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모든 것이 비공개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로동신문 등의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많다. 게다가 20여 종이 넘는 과학기술 관련 저널을 발간하고 있고 ‘발명 공보’, ‘특허기술통보'와 같은 새로운 기술, 특허 등에 대한 자료도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자료들을 토대로 쓸만한 과학기술의 수준과 성격을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북한 스스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고, ‘최첨단'을 돌파했다고 선전하는 기술이다. 객관적 검증이 안 되어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이런 말을 수식어로 붙이는 기술이나 상품은 나름 구체적인 증거가 마련되어 있고 외부의 검증을 통과할 자신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술들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기술경쟁력을 일단 확보할 수 있으므로 사업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일수록 국가차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절차나 비용 등 제한요소가 많을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 경제의 변화를 선도하거나 뒷받침하는 기술이 있다. 북한은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인해 오랫동안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국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 등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북한은 최대한 자체적으로 경제에 필요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해왔다. 최근 북한의 경제가 많이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성과들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전력 수준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 건설 기술, 생산된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 전력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통합전력 관리체계 구축 기술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북한의 언론에 공개된 것으로 보면 이런 기술들이 상당히 개발되어 실제 현실에서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술들은 최첨단까지는 아니어서 모든 나라에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북한 경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들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이다.

세 번째는 경제의 최소단위, 즉 기업체나 작업현장 수준에서 의미 있는 기술이다. 이는 보통 ‘기술혁신'이라는 말로 소개되는데 생산현장의 특수성에 기인한 의미 있는 혁신을 이야기한다. 북한 과학기술이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것만 추구하지 않고 의외로 상당히 강한 현장지향성을 갖고 있다. 즉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쓰일 수 있는 과학기술을 지향한다. 이런 전통에 의해 북한의 생산현장에서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한다. 이런 혁신들 중에는 이후 발명이나 특허로 이어져 상품화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이런 기술혁신 사례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을 오래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참신한 혹은 기발한 사례들을 잘 발굴하면 상품화 단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과 고급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결합하여 세계 시장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역사와 현재의 과학기술 활동을 잘 살펴보면, 북한의 과학기술 중에서도 쓸모 있는 것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을 자원과 값싼 노동력 공급처로만 생각하는 인식을 내려놓고 북한의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남북이 협력하는 사업을 모색하면 북한을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말 그대로 ‘유무상통'의 정신으로 ‘공리공영'할 수 있는 대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려면 기술 수준만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도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상품을 기획하고 시장의 요구를 읽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이런 마케팅 능력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음을 지난 시기 교류협력 과정에서 많이 확인하였다. 10년이 지나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남한에 비해서는 한참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과학기술을 중심에 두고 남한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결합시켜 남북 국내 시장이 아니라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새로운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모델로 제안한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도 기술혁신 주도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고 그 가능성이 충분하기에 새롭게 도전해볼 만하다.

 

 

Posted by _겨레하나